전문가 칼럼

제목 부동산 운영사업에도 관심가질때
내용

 

 

요즘 잘 나가는 부동산 펀드매니저는 누굴까. 시세 차익을 많이 내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는 건물을 발굴해 운영하는 매니저라고 한다. 예를 들어 6000억원에 빌딩을 매입해 9000억원에 팔아 50%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20년간 연 6% 배당이 나오는 빌딩을 운영하는 매니저가 대접을 더 받는다.  금리는 낮은데 비해 시중 유동성은 풍부해지면서 인컴펀드(Income fund)가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이 부동산과 같은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경기에 상관없이 정기적인 운영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임차인이 선호하는 대형이면서 신형인 빌딩에 대한 수요가 높다.  지난해 삼성물산 서초사옥이 주변 시세(3.3㎡당 2500만원)보다 훨씬 비싼 3.3㎡당 3000만원에 거래된 것도 이 빌딩이 수십년간 안정적인 운영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 뿐 아니라 개인도 리츠와 같은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에 뛰어들면서 실물 부동산의 안정적 운영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부동산 공모펀드는 지난 2015년에 비해 275% 성장했다. 정부의 세제 혜택과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공모 펀드·리츠가 잇따를 전망이다.  당장 롯데리츠와 NH리츠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간접투자 대상인 우량 오피스빌딩의 몸값은 앞으로 더 뛰어오를 공산이 크다.

금융계의 이런 현금 창출과 운영 중시 트렌드는 건설업계 경영환경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우선 주택 개발시장이 암울한 점이 운영사업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 규제 영향으로 주거용 부동산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금융권은 PF대출 취급시 보수적 심사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금융 조달이 어려운데다 공급 과잉에 따라 미분양 및 입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개발에서 벗어나 운영 관리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개편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일본 모리빌딩 서울지사장이었던 박희윤 전무를 영입해 개발운영사업본부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략이다. 회사는 개발운영사업본부를 통해 복합개발과 운영능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완공 후 운영을 염두에 두고  물류센터 개발시 에쿼티(지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디벨로퍼업계에서는 MDM그룹의 행보가 눈에 띈다.  MDM은 서울 한강관광호텔과 롯데마트 4개 점포, 여의도 유수홀딩스빌딩 등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건물 매입에만 1조원 가까이 쏟아부었다. 이들 실물 부동산은 운영을 통한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 향후 경기 회복시 개발 가능성도 타진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몇년간 주택경기 호황을 거치면서 주택업계와 디벨로퍼를 중심으로 건설사의 경영 형편이 나아졌다. 주택단지가 속속 완공되면서 여유 자금도 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부동산 경기는 밝지 않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아래에서는 건물 완공 후 엑시트하는 전통적인 전략보다는 관리·운영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원정호 금융부장 won@